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첼로의 옆선을 따라 둘러져 있는 얇은 선이 단순한 장식인 줄만 알았죠. 하지만 첼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퍼플링(Purfling)’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중고시장에서 처음 구입했던 첼로의 퍼플링은 실제 나무가 아닌 단순히 그려진 것이었고, 지금 사용하는 첼로는 실제 나무를 심어 넣은 진짜 퍼플링이 적용된 악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퍼플링이 단순한 외형 장식을 넘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퍼플링이란 무엇인가?
퍼플링(Purfling)은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현악기 바디의 상판과 하판 외곽을 따라 홈을 파고, 그 안에 심어 넣는 얇은 3겹의 나무 스트립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검정-흰색-검정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각적으로는 외곽을 강조하는 장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능적인 목적이 더 큽니다.
퍼플링은 16세기 이탈리아 류티에(Luthier)들에 의해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수제 악기 제작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저가형 대량 생산 악기에서는 퍼플링을 심지 않고, 단순히 인쇄하거나 그려 넣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처음 구매한 중고 첼로도 그랬습니다. 언뜻 보면 있어 보였지만, 나중에 알게 된 건 그게 그냥 그려진 선이었고, 내구성이나 소리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퍼플링의 실제 기능 –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퍼플링의 첫 번째 기능은 크랙 방지입니다. 첼로의 상판과 하판은 모두 얇은 목재로 제작되며, 줄의 장력과 활의 압력, 계절 변화에 따라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이때 바디 외곽이 쉽게 갈라질 수 있는데, 퍼플링은 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는 진동 분산입니다. 바디 가장자리까지 진동이 도달하면 음이 과도하게 퍼질 수 있는데, 퍼플링은 이를 조절하여 음향의 중심성과 명료도를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세 번째는 습도와 외부 충격 보호입니다. 테두리부터 파손되는 경우가 많은데, 퍼플링이 완충 역할을 하여 손상을 줄여줍니다.
퍼플링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요소
퍼플링은 또한 첼로의 브랜드 정체성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포인트입니다. 고급 수제 악기에서는 재질, 색상, 두께, 곡선 처리까지 세심하게 다듬어집니다.
특히 가짜 퍼플링은 중고 악기 품질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며, 저가 악기의 대표적 특징입니다. 수리 시에도 퍼플링은 정확한 정렬의 기준선이 되어, 악기의 정밀 수리와 보존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결론: 퍼플링, 첼로의 품격을 결정짓는 디테일
첼로 퍼플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악기의 내구성, 음색, 예술적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려진 선과 실제 나무를 심은 퍼플링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명해지며, 연주자에게 있어 퍼플링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첼로를 선택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퍼플링이 진짜인지 꼭 확인해 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악기의 품질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