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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음악적 성장, 협동심, 무대 경험. 많은 부모들이 이런 꿈을 안고 청소년 오케스트라 문을 두드린다. 처음엔 감격스럽다. 악기를 든 아이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레슨비와 시간,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몇 달만 지나면, 그 반짝임 뒤에 있는 현실이 서서히 보인다.

◆ 이상과 현실 사이 – ‘함께하는 음악’의 이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음악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혼자 아닌 연주”를 배우고, 파트를 맞추며 협동심과 책임감을 체득한다. 특히 오디션이나 정기 공연을 통해 음악을 ‘사회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점은 분명 큰 장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상적인 시스템’이 실제로는 모든 단체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휘자나 강사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아이들의 실력 격차는 너무 커서 누군가는 늘 소리를 내기 힘들고, 누군가는 늘 기다려야 한다. 합주보다는 ‘공연 일정 맞추기’에 더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 ‘경험’인가, ‘스펙’인가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처음 생겼을 때는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 ‘공동체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입시용 스펙, 혹은 ‘학교생활기록부용 활동’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렇다 보니 “진짜 음악을 즐기려는 아이들”과 “결과물을 만들려는 부모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친다. 레슨 선생님과의 연결, 오디션 추천, 자리 경쟁, 이런 현실적인 요소들이 서서히 ‘예술’보다 앞에 놓인다. 아이들은 아직 순수한데, 어른들의 세계는 이미 냉정하다.
◆ 비용의 그림자
공식 교육비만 보면 ‘그리 비싸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자잘한 지출이 끝이 없다. 간식비, 공연 준비비, 자모회비, 연습용 의상비, 그리고 교통비까지. “한 달에 10만 원 남짓”이라던 오케스트라가 결국은 매달 20~3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 구조가 된다. 물론 아이가 무대에 설 때마다 뿌듯하지만, 부모의 통장은 점점 가벼워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담이 ‘참여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때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레슨을 더 받고, 결국 오케스트라에서도 중심 자리를 맡는다. 결국 ‘같이 하는 음악’이지만, 시작선이 다르다.
◆ 실력 향상보다 중요한 것
오케스트라를 경험해본 아이들은 말한다. “무대에 서는 게 무섭지만 재밌어요.” 이 말이 전부다. 실력은 차차 쌓여도, 그 한 번의 경험이 아이에게 주는 자신감은 크다. 스스로의 소리가 다른 악기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내가 음악을 하고 있구나’ 하는 감각이 생긴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무조건 나쁘게 볼 수는 없다. 단체의 완성도나 운영의 허점은 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음악 그 자체’보다 ‘사람과 어울리는 법’, ‘실수를 감당하는 용기’ 같은 것들이다. 그건 학교나 레슨실에선 절대 배울 수 없는 영역이다.
◆ 부모의 자세가 방향을 정한다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언제 첼로 수석이 될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런 자리가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목표의 장소’가 아니라 ‘과정의 공간’이다. 매주 연습을 가는 길, 친구와 맞춰가는 시간, 그 자체가 아이의 음악 인생의 일부가 된다.
물론 불합리한 구조나 불필요한 비용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아이가 성장하고,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 오케스트라의 허와 실을 모두 경험한 부모로서, 나는 이제야 그 ‘진짜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 마무리하며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배운다. 음정이 흔들려도, 실수가 나와도, 그 속에서 서로 맞추고 기다리는 법을 익힌다. 음악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케스트라에 보내려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무대 위 완벽함’보다 ‘연습실 속 진심’을 보라고. 아이의 박자가 느려도, 소리가 작아도, 그 안에서 꾸준히 연주를 이어가는 힘이야말로 진짜 음악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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