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이야기

아이 연습, 어디까지가 ‘유지’이고 어디부터가 ‘전공’인가

Three Bro 2025. 12. 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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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만 해도 된다더라.”
“요즘은 연습 안 시켜도 아이가 알아서 한대.”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더 망친대.”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달콤하게 퍼지는 말들이다.
듣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 우리 집만 힘든 거 아니었구나.’
‘이게 요즘 방식인가 보다’ 싶은 안도감도 따라온다.

그런데 아이가 전공을 향해 가는 길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전공은 ‘연습’이 아니라 훈련의 세계이고, 훈련은 기분 좋을 때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매일 해야만, 유지가 아니라 상승이 되는 영역이다.

잔인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연습을 안 시켜서 유지되는 아이는 있어도,
연습 없이 실력이 폭발적으로 느는 아이는 없다.

유지는 가능하다.
흥미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은 완전히 다른 언어로 말해야 하는 세계다.

부모가 이 둘을 헷갈리는 순간, 아이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엄마는 열심히 하라면서,
왜 매일은 안 해도 된다고 하는 거야?”

이 글은 ‘연습 안 시켜도 된다’는 위로가 아니라,
취미와 전공이 갈리는 정확한 지점을 기록해 보려는 글이다.

 

 

1. 유지형 연습 vs 전공형 훈련, 완전히 다른 세계

많은 부모들이 이 지점에서 헷갈린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은 하잖아?”
“손 안 굳게만 해도 되는 거 아니야?”

겉으로 보기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유지형 연습전공형 훈련은 근본부터 다르다.

1-1. 유지형 연습의 목적은 딱 하나

유지형 연습의 목표는 대단하지 않다.

  • 악기를 잊지 않는 것
  • 손 감각이 완전히 죽지 않게 하는 것
  • 흥미가 완전히 꺼지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유지형 연습은 보통 이런 모습을 한다.

  • 하루 5~15분 정도 짧게
  • 틀려도 대충 넘어간다
  • 완성도보다 “오늘도 한 번 만졌다”에 의미를 둔다
  • 갈등과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이 방식은 “그만두지 않게 만드는 데”는 정말 효과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실력이 눈에 띄게 ‘뛰는 구간’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유지는 되지만, 비약적인 향상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1-2. 전공형 훈련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전공은 애초에 목표가 다르다.

  • 음정이 살짝 흔들려도 교정 대상이다
  • 박자가 불안하면 바로 잡아야 할 문제가 된다
  • 손 모양, 자세, 활 각도, 호흡까지 모두 관리 대상이다

그래서 전공형 훈련은 이런 특징을 가진다.

  • 매일 연습이 기본 전제
  • 빠르게 한 번 치고 끝이 아니라, 느리게 나누고 반복한다
  • 지루한 테크닉 연습 비중이 크다 (스케일, 아르페지오, 기본기 등)
  •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과정의 정확도가 더 중요하다

이 세계에서는 “오늘은 컨디션 안 좋으니까 그냥 쉬자”가
곧바로 “오늘만큼은 퇴보하자”와 거의 같은 말이 된다.

1-3.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가장 흔한 착각은 이거다.

“유지형으로 하다가, 나중에 마음 먹으면 전공 훈련으로 바꾸면 되지.”

현실은 그렇게 매끈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유지형에 너무 오래 익숙해진 아이는 이런 패턴을 보인다.

  • 느린 연습을 극도로 지루해한다
  • 같은 부분을 반복하는 걸 참지 못한다
  • 틀리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금방 짜증이 치솟는다

즉, 손보다 멘탈이 전공 이전에 무너진다.
실력이 부족해서 전공을 못 가는 게 아니라,
훈련을 버티는 내성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유지형 연습은
“오늘 안 해도, 내일 하면 되지.”
라는 마인드가 허용되지만,

전공형 훈련은
“오늘 안 하면, 내일 이미 늦어진다.”
라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부모가 이 차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아이의 방향도 그때부터 갈라지기 시작한다.

2. 부모가 전공을 원하면서 동시에 전공을 망치는 말들

많은 부모들이 말로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음악을 진지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전공까지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아이에게 건네는 말은 전혀 다르다.

2-1. 전공을 원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TOP 5

  • “오늘은 힘들면 쉬어도 돼.”
  • “즐겁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 “엄마는 강요 안 할게.”
  • “연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부모 입장에서는 다 배려 같고, 다 이해 같고, 다 ‘좋은 엄마의 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번역된다.

  • “전공까지는 안 가도 된다는 뜻이구나.”
  • “힘들면 그만둬도 크게 문제는 안 되는 거구나.”
  •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니구나.”

이 순간부터 연습은 훈련이 아니라 ‘선택 활동’이 된다.
그리고 선택이 된 순간, 아이의 뇌는 본능적으로 이렇게 움직인다.

  • 힘든 날 → 미룬다
  • 지루한 곡 → 건너뛴다
  • 테크닉 연습 → 회피한다

2-2. 선택이 들어오는 순간 벌어지는 변화

결과는 아주 정확하다.

  • 곡은 계속 바뀌는데, 기본기는 제자리거나 구멍이 난다
  • 발표회 레퍼토리는 늘어나는 것 같은데, 완성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 어느 순간부터 실력이 ‘앞으로 뻗지 않고 옆으로만 휘는’ 느낌이 된다

그러면 부모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왜 이렇게 늘질 않지?”
“우리 아이는 재능이 없나?”

대부분의 경우, 재능 문제가 아니다.
훈련 구조가 무너졌을 뿐이다.

2-3. 정말로 전공 트랙으로 가는 집의 말은 다르다

실제로 전공을 향해 가는 집들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 “하기 싫어도 오늘 할 만큼은 하고 끝내자.”
  • “컨디션 안 좋아도, 기본 연습은 지키자.”
  • “완벽하게 말고, 정확하게만 하자.”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감정은 존중하지만, 훈련은 양보하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어렵다.
울고, 짜증내고, 버티기 싫어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그래도 오늘 해야 할 만큼은 하자”라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2-4. 연습이 ‘지옥’이 되는 순간

아이들이 연습을 제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힘들어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겹치는 순간이다.

  • 전공 수준의 결과를 기대하면서
  • 관리와 구조는 취미처럼 느슨하고
  • 결과가 안 나오면 혼나거나 비교당할 때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건 단 하나다.

“훈련할 준비는 안 된 상태에서, 전공의 성과만 요구받는 아이”

이때부터 연습은 훈련이 아니라 전쟁이 된다.
아이에게는 매일매일이 작은 심판대가 된다.

결국 아이는 둘 중 하나의 길로 간다.

  • 정말 강한 멘탈과 욕구가 있는 소수 → 버티고 전공까지 간다
  • 대부분의 아이 → 연습이라는 단어 자체를 혐오하게 된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이렇다.

실력도 있고, 귀도 좋고, 선생님도 아까워하는데,
“연습하자”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먼저 굳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음악을 못하는 게 아니라, 음악으로 상처를 받은 케이스에 가깝다.

3. 전공을 고민하는 부모에게 필요한 한 줄 정리

결국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아주 단순하다.

“전공을 하려면 매일 훈련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다만, 그 훈련이 ‘싸움’이 되는 순간 전공은 거기서 끝난다.

전공을 고민하는 부모라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 필요가 있다.

  • 아이에게 전공 수준의 결과를 바라고 있는가?
  • 그렇다면, 우리 집의 연습은 ‘유지형’이 아니라 ‘훈련형’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 훈련을 강요하는 대신, 훈련을 버틸 수 있는 멘탈과 환경을 함께 만들어주고 있는가?

취미와 전공 사이에는 애매한 회색지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단순한 기준 하나가 있다.

“오늘도, 하기 싫어도, 기본 훈련만큼은 지키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는 날이 쌓일수록,
아이의 실력은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연습을 줄이는 꿀팁보다,
연습이 싸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훈련이 유지되는 구조를 고민하는 게 전공을 꿈꾸는 부모에게 훨씬 더 현실적인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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