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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첼로를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한 뒤로, 머릿속에서 자주 떠오르는 말이 있어요. ‘음악 전공은 정말 현실적으로 불안한 걸까?’ 주변에서는 “재능 있어도 전공은 신중해야 해”, “전공하고 나서 뭐 할 건데?”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저도 엄마로서 그런 걱정이 왜 없는지요. 하지만 동시에, 요즘처럼 음악을 깊이 사랑하고 몰입하는 아이를 보며, ‘과연 이 길을 막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도 커져갑니다. 오늘은 음악 전공의 전망과 유학이라는 선택지, 그리고 부모로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나눠보려고 해요.

음악 전공, 정말 미래가 불안할까?

솔직히 말하면, 음악 전공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전통적으로 클래식 전공은 졸업 후 진로가 연주자, 교사, 강사, 오케스트라 단원, 레슨 선생님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죠. 실제로 국내 음대 졸업생 중에서 전공을 계속 살리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통계도 종종 들려옵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몇 년 사이 이 흐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느껴요. 음악 콘텐츠 시장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브이로그, 영상 음악 등으로 확장되면서, 음악 전공자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눈에 띄게 다양해졌어요. 단순한 공연 연주자 외에도, 영상 제작자, 온라인 교육 강사, 음악 심리치료사, 공연 기획자, 심지어 브랜드와 협업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또 하나, 아이가 음악을 할 때만큼은 세상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에너지가 넘쳐요. 공부할 때는 집중 시간이 10분도 안 되던 아이가 첼로 연습을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금방 흘러가요. 오케스트라에서 합주할 땐 스스로 반주를 녹음해서 맞춰보기도 하고, 모르는 악보는 영상 찾아보면서 혼자 익히기도 해요. 이 모습을 보면서 ‘진짜 좋아하는 걸 전공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조금씩 커졌어요.

해외 음대 유학, 어디가 유명하고 어떻게 준비할까?

음악을 전공하기로 마음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학’이라는 단어도 떠오르게 됩니다. 국내 음대도 물론 훌륭하지만, 다양한 스타일과 교육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해외 음대는 여전히 많은 학생들의 꿈이에요.

대표적인 해외 유명 음악 대학으로는 미국의 줄리어드(Juilliard School), 커티스(Curtis Institute of Music), 뉴잉글랜드 음악원(New England Conservatory), 영국의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Music), 독일의 하노버 음악대학,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등이 있어요.

줄리어드와 커티스는 입학 자체가 매우 어렵기로 유명하지만, 커티스는 등록금이 전액 장학금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물론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유럽 쪽은 입시 과정이 다소 유연하고, 등록금이 저렴하거나 무료인 국립 음대도 많습니다. 특히 독일은 입학 시 오디션 위주로 평가하고, 영어가 아닌 독일어 능력도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준비 과정이 필요해요.

실제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공 실기 외에도 언어, 포트폴리오, 실적을 쌓아가야 해요. 음악적 재능은 기본이고, 해외 무대에 서본 경험이나 콩쿠르 수상 경력도 중요하게 여겨지죠. 저는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조금 이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도 해외 음대 입시 블로그를 찾아보고, 유튜브에서 줄리어드 학생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음악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 우리 아이는 준비됐을까?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생각이 깊어져요. 음악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단순히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걸 넘어서요. 꾸준한 훈련과 연습, 불규칙한 일정, 자기 관리, 실패에 대한 복원력까지 모든 면에서 강해야 해요. 아이는 아직 어리고, 그런 강인함은 지금부터 서서히 키워가야 할 부분이죠.

요즘 아이는 오케스트라, 개인 레슨, 집에서의 자율 연습까지 꽤 많은 음악적 자극을 받고 있어요. 그 속에서 조금씩 ‘음악이라는 일’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놀기도 좋아하고 공부는 딱히 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첼로를 연주할 때만큼은 스스로 악기를 꺼내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향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로서 미래를 정해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충분히 경험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건 제가 해줄 수 있는 몫이 아닐까 해요.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그 말이 무섭지 않게, 그 선택이 외롭지 않게 곁을 지켜주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결론: 진심으로 음악을 좋아한다면, 길은 분명히 있다

음악 전공의 전망이 불안정하다는 건 분명 현실일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전공이 안정적인 시대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음악처럼 평생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어떤 직업보다도 오래 갈 수 있는 선택일지도 몰라요.

중요한 건 아이가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지예요. 부모인 제가 할 일은 그 길을 막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아이가 자기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음악은 여전히 어려운 길이지만, 그만큼 깊고 의미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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