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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제 나를 위한 명절로 — 12년간의 시댁행에 마침표 찍다

by Three Bro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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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2년 차.
매년 명절이면 자동으로 차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시댁, 일정은 2박 3일 고정.
그리고 미션은 단 하나. "버텨라."

명절에 전 부치는 게 노동의 전부라고?
아니, 진짜 힘든 건 그 공간의 공기다.
말이 2박 3일이지, 사실은 ‘눈치 48시간 + 밥상 세 번 돌리기 + 불편한 잠자리 미션’이 포함된 풀코스다.

우리 친정은 명절이면 어디 놀러 가자, 맛있는 거 먹자 이런데
시댁은? 각자 방에 흩어져서 ‘정적의 예술’을 펼친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준비로 분주하고 어머님 얼굴 보기도 힘들다. 이럴 거면 왜 모이는 걸까. 물론 집집마다 분위기는 다른거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난 이곳에 익숙해 지지 못하고있다. 
정말… 명절은 ‘모여서 쉬는 날’이 아니라 ‘모여서 피로해지는 날’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하루만 더 있다 가라.”

그 말 한마디에 뇌 속에서 불꽃놀이가 터졌다.

2박 3일도 장기 근무인데 하루를 더?
거기 있는 게 쉬는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전 그 쉼, 사양하겠습니다.

그날, 나도 모르게 외쳤다.
“저도 우리 집 있습니다!”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해방됐다.
그동안 왜 참았을까. 왜 ‘며느리 도리’라는 이름으로 나를 포장해왔을까.


사실, 맞벌이 시작하면서 불만이 더 커진건 사실이다. 
그땐 내가 전업주부였고, 남편이 일하니 ‘그래, 나라도 좀 해야지’ 했다.
그런데 이제 나도 일하고, 한정된 자원으로 아이 둘 아등바등 키워 내는일도 오롯이 내몫이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 하루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싶다. 
명절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합법적 휴식일이다.
그런데 왜 나는 매년 노동하러 갔던 걸까?


이제는 다르다.

이번 명절부터는 ‘나를 위한 명절’로 리셋한다.

시댁?
필요할 땐 가고, 원할 땐 안 간다.
친정?
이제는 나도 당당히 챙긴다.

명절이 끝나고 나서 “다음엔 또 가야지”가 아니라
“다음엔 어디 가지?”
이런 대화가 나오는 삶으로.


명절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12년간 쌓아둔 명절의 피로를 벗고, 이번엔 진짜 쉰다.

명절, 이제는 나를 위한 시즌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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