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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오케스트라 첫 경험기 (무대, 감정, 성장)

by Three Bro 2025. 9. 11.

오케스트라



첼로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아이에게 믿기지 않을 기회가 찾아왔어요.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가입한 지 고작 2주 만에 제10회 청소년교향악축제 무대에 나가게 된 거예요.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그 어린 나이에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 무대를 마친 후 제가 느낀 감정까지
오늘 이 글에 천천히 담아보려 합니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자마자 공연 확정?

사실 아이는 오케스트라가 뭔지도 모른 채 들어갔어요. ‘합주’라는 개념도 막연했죠. 마침 새로 옮긴 학원에서 한달만에 연주회를 준비하고 나갔던 터라 자신감이 충만해 있던 시기였어요. 연주회를 잘 해내는걸 보고 레슨 선생님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합격하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큰 무대에 서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입단하고 2주쯤 지났을까. 단장님이 저에게 조심스레 물으셨어요.
“혹시 청소년교향악축제 나갈 수 있을까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아이가 아직 너무 빠른 무대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당장 하겠다고 난리가 났어요. 
“나 해보고 싶어.”
그 한마디에 저도 그냥 마음을 내려놨어요. 연습실 분위기는 긴장 그 자체였고, 아이 역시 처음엔 눈치만 보고 있었지만 조금씩 음을 맞추고,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모습이 달라졌어요.
 

초등 1학년, 첼로 파트 최연소 연주자

그 공연은 제10회 청소년교향악축제.
또래 언니오빠들이 있었지만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최연소 참가자였어요. 더 놀라운 건, 그때 아이가 하고 있던 레슨 교재가 스즈키 1권이었단 거예요.
쉽고 단순한 멜로디만 익히던 시기였는데, 공연곡은 교향곡이었어요.
보는 악보도 다르고, 운지며 활 쓰는 방식도 훨씬 복잡했어요. 처음엔 겁도 먹고,
“이거 나 너무 어려운데…”라는 말도 했지만 곧 “다른 언니들처럼 나도 연주하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실력보다 중요한 건 의지구나.
아이를 지켜보면서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단,
‘이 경험이 얼마나 특별할까’라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어요.

무사히 끝낸 이천아트홀 공연, 눈물의 이유

공연 장소는 이천아트홀. 오케스트라 첫 무대라고 하기엔
정말 너무 큰 무대였어요. 연주자가 수십 명, 관객석도 수백 석.
어른인 저도 긴장될 정도였어요.그런데 무대에 올라간 아이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너무 당당했어요.
한참을 활을 쥐고 서 있다가 지휘자가 첫 박자를 내리자 악보를 바라보며 정확히 따라가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렇게 연주는 흘러갔고, 약속된 마지막 음이 울릴 때쯤 가슴이 꽉 차오르더라고요.
연주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오는데, 아이도 저도 말이 없었어요. 그냥 서로 얼굴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어요.
울컥했어요. 정말, 멈추질 않았어요.
“이 아이가, 해냈구나.”
너무 대견하고, 또 고맙고, 음악이란 게 참 큰 선물이라는 걸 새삼 느꼈던 순간이에요.
 
 

결론: 음악이 우리 아이를 자라게 한 시간

이 공연은 아이에게 ‘첼로 경력의 시작’이 아니라, 자존감과 자신감이 자라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이가 어리든, 실력이 부족하든,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전해보는 용기가얼마나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는지아이를 통해 배웠어요.앞으로 더 많은 연주가 기다리고 있겠죠. 하지만 제 마음속엔 이천아트홀 무대 위, 작은 몸으로 첼로를 껴안고 베토벤을 연주하던 그 순간이 아마도 가장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